윤경림(사진) KT 차기 대표 후보자가 정기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사의를 밝혔다. 후보자 내정 이후에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비토 분위기가 이어지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주총을 통해 대표로 선출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손’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조직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구현모 현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데 이어 윤 후보자마저 사퇴하면서 KT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관련 기사 15면
2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전날 이사회 구성원들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윤 후보자가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사의를 전했다"며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윤 후보자의 결정을 바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설득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KT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대표에 오르더라도 정부와 최대주주의 견제로 정상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윤 후보자의 대표 선임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윤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차기 대표가 결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구 대표가 임기를 연장하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직무대행 체제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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