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20일 이임식을 마치고 떠난다. 주 위원은 지난해 4월 이주열 전 총재가 퇴임하고 후임 이창용 총재가 임명되기까지 공백이 생기는 기간 금통위 의장 대행을 맡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통위원이 의장 대행을 맡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날 주 위원은 이임사를 통해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책무로 삼아야 하되 안정적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금융 부문의 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라며 “퇴임하는 즈음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 (단기적)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주 위원은 팬데믹 기간 나타난 물가 상승 과정에 대한 분석도 덧붙였다. 주 위원은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현상인데, 팬데믹 초기 물가상승을 촉발한 주요인은 감염 확산에 의한 공급의 부족과 차질이었다”라며 “이와 함께 수요 측면에서는 부문 간 수요 이동이 발생했는데 서비스 소비가 막히자 재화 소비로 수요가 이동하고, 재화에서도 비내구재에서 내구재로, 서비스에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수요가 이동했다”고 했다.
이같은 공급 차질과 수요 이동은 팬데믹 이전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세계 각국은 확장적인 재정과 통화 정책을 실시했고 이로 인해 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백신 조급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보건 관련 조치나 무역의존도, 재정·통화정책 규모 등 나라마다 다른 경제 여건과 대응 강도에 따라 인플레이션 양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주 위원은 “팬데믹 기간 중의 인플레이션이 과거와 차별화된 모습은 특정 부문에서의 공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다른 부문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연쇄적 가격상승”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부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경직성이 작동하여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인플레이션 원인을 단순히 총수요·총공급의 총량 개념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 위원은 “그렇다면 정책 대응의 방향이나 강도에 있어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하지 않나하는 고민을 재직 내내 했다”라며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좀 더 관찰하고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과정에서 주 위원이 네 번의 동결과 한 번의 25bp(1bp는 0.01%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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