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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3%를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뒷북경제]

1분기 성장률 0.3%로 역성장은 탈출

고금리·불안에 소비 회복 지속될진 의문

갈수록 힘든 美·EU에 수출 회복 불투명

한은·정부 '상저하고' vs 시장 '상저하저'

서울 명동거리 모습.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0.3%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4%에서 한 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한 셈입니다. 2개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이 발생하는 기술적 침체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초 ‘소폭의 플러스 성장’이라고 힌트를 줬던 만큼 예상 가능했던 일입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GDP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1분기 펜트업 소비 있었지만 계속될진 의문

먼저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은 민간소비입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0.5%로 지난해 4분기(-0.6%)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민간의 최종소비지출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전체 성장률과 같습니다. 다만 이같은 회복세가 지속 가능할진 의문입니다. 고금리로 소비나 투자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일시적인 정책 효과로 소비가 증가했으나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민간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대내외 악재와 민간 경제주체들의 심리 약화를 감안하면 내수 회복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8일 한은 통화정책국이 발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신용비율이 3년 누적 1%포인트 상승하면 4~5년 시차를 두고 성장률이 0.25~0.28%포인트 하락합니다. 원리금 상황 부담이 늘면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계신용비율은 2019년 말 95%에서 지난해 3분기 105.3%로 코로나19 이후에만 1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성장률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년째 흔들리는 수출, 하반기도 쉽지 않아

이번에 발표된 1분기 GDP에서 또 주목해야 할 부문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1년째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1분기 1.7%포인트에서 2분기 -1.0%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한 이후 3분기(-1.8%포인트), 4분기(-0.5%포인트), 올해 1분기(-0.1%포인트)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2분기부터 1999년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24년 만에 처음입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그나마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순수출 성장 기여도의 마이너스 폭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건 다행입니다. 다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회복은 아직입니다. 그나마 버텨줬던 미국마저 1분기 성장률이 1.1%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수출 부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파급 영향이 점차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지역은 현재 경기가 좋고 하반기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이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성장률 전망 1.6%인데 0%대 예측 쏟아져

한은은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을 1.6%보다 낮추겠다고 했으나 소폭 하향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과 대중(對中) 수출 개선 등이 이뤄지면 상반기 성장률이 낮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한은이 다음 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긴축 정도에 비해 완화적인 시장 상황을 더욱 완화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시장은 성장률을 과감하게 낮춰 잡고 있습니다. 시장은 한은과 달리 전망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내 금리 인하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세 반등이 나타났으나 추세적 회복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며 “올해 전기 대비 평균 0% 초반 성장으로 연간 성장률은 0%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성장률을 1.2%로 예상한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간소비는 서비스 수요 둔화와 부동산 경기 하강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과 정부에서 올해 한국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하고 있으나 하반기 경기 반등은 완만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총재는 이달 11일 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이 맞는지 한은이 맞는지, 경기나 물가 흐름에 대해서 누가 더 맞는지는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저하고를 보는 한은·정부와 상저하저 또는 상고하저를 말하는 시장 중 누가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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