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서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한국은행은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6월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데다 이로 인해 4일 원·달러 환율도 15원 넘게 급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도 내외 금리 차 영향이나 물가·경기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5.00~5.25%로 0.25%포인트 올린 결과 한은 기준금리(3.50%)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역대 최대다.
한미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환시장에 충격이 발생하고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내외 금리 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과거 사례 등을 봤을 때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도 2월과 4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리 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져도 괜찮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마침 FOMC 결과가 완화적으로 해석돼 원·달러 환율이 1322.8원으로 하루 만에 15.4원이나 떨어지면서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따라서 이달 25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당초 예상대로 낮아졌고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금리를 더 올리기보다는 지켜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 불안 요소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가 3개월 연속 4.0%로 경직적 흐름을 보이는 등 물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날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도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화정책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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