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여간 이른바 '서학개미'가 프랑스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차량용 반도체 회사였고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등 명품 소비재는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VMH가 100% 이상 오르던 올해 1월 대량 매도해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LVMH는 코로나 당시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전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 한국은 MZ세대의 명품 사랑이 남달라 명품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아 아르노 회장 일가는 지난 3월 방한을 하기도 했다.
11일 삼성증권이 고객들의 유로넥스트 파리(파리 증권거래소) 순매수 상위 종목을 집계한 결과 1위는 차량용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였다. 삼성증권은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유일 프랑스 주식 온라인 거래 서비스 제공 삼성증권 분석
2022년 4월~2023년 4월 ‘서학 개미’ 거래 분석
순매수 1위 차량용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2위 크리스챤디올·3위 구찌 모회사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케링
2022년 4월~2023년 4월 ‘서학 개미’ 거래 분석
순매수 1위 차량용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2위 크리스챤디올·3위 구찌 모회사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케링
2022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순매수 규모는 8억8673만원으로, 2위 크리스챤디올(4억8278만원)보다 많았다.
3위는 구찌 모회사인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케링(4억1594만원)이 차지했으며 4위는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HSBC EURO STOXX 50 UCITS ETF'(2억8369만원), 5위는 테슬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Levshares 3X TESLA ETP'(1억6145만원)로 나타났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국내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진 않으나 전기차에 투자하는 주주들에겐 친숙한 회사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관심이 높으며, 본사는 스위스에 있다.
프랑스 ‘대장주’ LVMH는 155억원어치 순매도…한 달간 117% 뛰던 1월에만 29억 순매도
에르메스도 약 176억원어치 순매도…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전 세계 최고 부자 등극
에르메스도 약 176억원어치 순매도…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전 세계 최고 부자 등극
비록 순매수 상위 종목에선 빠졌지만, 프랑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대장주'는 세계 최대의 명품그룹 LVMH다.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거느리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서학개미들은 LVMH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으며, 2022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5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는 LVMH 한 종목만 약 2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LVMH는 프랑스 증시에서 670유로에서 800유로까지 오르며 한 달간 117% 상승했다.
LVMH는 지난 1년여간 주가가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LVMH는 중국 매출 호조와 유로화 강세 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유럽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화 기준 5000억달러(약 665조1000억원)를 돌파했으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전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LVMH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그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공식 석상에서 비싼 루이뷔통 의상을 주로 걸치는 모습을 보여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게 작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본사에 난입해 “억만장자들 주머니에 돈이 있다” “ LVMH 같은 부자에 과세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은 루이비통·샤넬과 함께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도 약 17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차익 실현 위해 매도”…"올 들어 본격화 불황 선반영"
럭셔리 브랜드 실적 이끌었던 신세계·현대 등 실적 악화
럭셔리 브랜드 실적 이끌었던 신세계·현대 등 실적 악화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정확한 매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매도가 가능하다"며 "주가가 오르는데 팔았다는 것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본격화한 불황으로 인해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저조한 실적이 선방영된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명품에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코로나 이후 꺾일 줄 몰랐던 백화점 실적이 악화했다. 신세계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여덟 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오다 처음으로 감소했다.
럭셔리 브랜드 소비 활황으로 꾸준히 외형을 키워왔던 백화점사업부의 매출은 6209억원으로 6.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명품을 비롯한 상당수 고가 제품의 가격이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1년 전 수준을 가까스로 유지했거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백화점(별도기준) 1분기 영업이익 역시 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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