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통화정책국 팀장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로 이직한다는 소식으로 뜨겁다. 연봉 4억 원이 넘는 파격적인 처우도 화젯거리지만 그가 한은 안에서 손꼽히는 에이스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해당 팀장의 이직으로 임원 경쟁이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한은 조직 입장에서는 실력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이탈이 아쉽다. 다만 조직의 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조금 생각이 다른 듯하다. 그는 평소에도 한은 직원들이 대외 활동을 늘리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적극 독려했다. 그것이 한은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은이라는 개별 조직보다 국가 경제 전체를 우선하는 것을 두고 이 총재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총재 부임 직전까지 8년 동안 몸을 담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통화정책부터 성장률·가계부채 등 국가 경제 전반을 다루는 만큼 관심사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그가 과거의 전통적인 한은 총재라기보다 경제부총리 또는 경제수석과 비슷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25일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인상도 인하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물가가 3%대로 진입한 데다 한미 금리 역전에도 환율 급등이나 대규모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없는데 굳이 금리를 올려 금융 불안 등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동결 말고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하반기부터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1.6%에서 1.4%로 낮출 만큼 하반기 경기 전망은 어둡다. 경기가 빠르게 위축된다면 금리 인하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물가는 2%대로 잠시 진입하더라도 기저 효과가 사라지면 연말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이 총재가 한은의 최우선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우선 고려하느냐,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한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과연 그때 이 총재의 정체성은 한은 총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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