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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높여야"…전경련, 대법원에 의견서 낸다

국가핵심기술 5년간 33건 유출

처벌은 솜방망이 그쳐 '악순환'

양형위, 12일 심의 안건 논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다. 끊이지 않는 산업기술 유출이 국내 산업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는 만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4일 법조·산업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7~8일 제9기 대법 양형위에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 기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다. 이는 대법 양형위가 12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2년 동안의 양형 기준 심의 계획과 안건을 확정하는 등 논의에 나서는 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이 제출하는 의견서는 대법 양형위가 어떤 범죄의 양형 기준을 심사대에 올리고 수정 논의에 나설지를 결정하는 데 참고 자료로 쓰인다. 산업기술 유출 유관 기관 외에 국내 경제 단체가 산업기술 유출 등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전경련이 처음이다. 대검찰청과 경찰청·특허청·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기관은 앞서 대법 양형위에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전경련이 직접 엄중 처벌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현 법적 보호 체계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적발→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국내 주요 산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산업기술 유출 적발 사례는 93건에 달했다. 국내 기업이 당한 피해 추산액만 25조 원에 이른다. 해외로 빼돌려진 산업기술 가운데 30%가량(33건)이 국가 핵심 기술이었다. 특히 유출된 산업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조선 등 국가 핵심 분야에 집중됐다. 이 기간에 기술 유출이 가장 빈번했던 분야는 반도체(24건)였으며 이 가운데 국가 핵심 기술은 8건에 달했다. 신산업 분야로 부상 중인 2차전지(7건) 부문에서도 4건의 국가 핵심 기술이 국외로 유출됐다. 반면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전경련이 지난해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기술 유출·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 및 양형 기준의 검토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1심 공판 81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5건에 불과했다. 반면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32건)·재산형(벌금 등 7건)이었다. 무죄판결도 28건으로 전체의 34.6%에 달했다. 산업·재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자 전경련이 대법 양형위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나선 셈이다. 전경련이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 아래에서 ‘재계의 맏형’ 역할을 되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지난달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재가입을 위한 물밑 협의도 진행 중이다. 전경련은 대법 양형위에 전달할 의견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탈퇴한 핵심 대기업과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경련은 “재계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가입사가 아니더라도 의견을 듣는 경우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전경련이 재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는 데다 주요 그룹 간에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일각에서는 결국 4대 그룹도 재가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경련은 지난달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 재계 회의를 주도했다. 또 지난달 24일 주최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갓생 한 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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