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009150)가 필리핀에 신사옥을 새롭게 준공하면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핵심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탈(脫)중국 흐름 속에 동남아 생산 기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내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은 지난달 31일 필리핀 칼람바 경제특구 내 면적 4860㎡, 지상 4층 규모의 신사옥 건물을 준공했다. 기존 사옥에 더해 사원 복지에 특화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사무 공간 외에 기술 교육 센터, 실내 체육관, 라운지 등 시설을 갖췄다. 근무 환경을 더욱 개선해 현지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준공식에는 필리핀에서 프레드 파스칼 통상산업부 장관, 테레소 팡가 필리핀 경제구역청(PEZA)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삼성전기의 투자를 반겼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기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MLCC에 한층 투자를 가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MLCC는 삼성전기 매출의 40%,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특히 전장 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1월 부산사업장, 올해 3월 중국 톈진 공장을 각각 찾아 MLCC 시장 선점을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필리핀에서 정보기술(IT)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범용 MLCC를 생산한다. 최근 전자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글로벌 한파 속에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지만 생산량이 다시 늘면서 시장 반등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세트(완제품) 수요의 완만한 회복, 중국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MLCC 수요가 전 분기 대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부터 IT용 MLCC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MLCC 생산기지인 필리핀 뿐 아니라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베트남 법인 등을 통해 동남아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핵심 거점인 중국 톈진·고신에 이어 해외 주력 생산기지로서 입지가 커지는 중이다. 필리핀 경제구역청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필리핀에서 누적 투자 250억 페소(약 5700억 원), 수출 8126만 달러(약 1051억 원) 등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66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MLCC의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장 고객을 부산으로 초청해 주요 제품·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고객사도 2019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IT용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과 전장용 MLCC 라인업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파워인덕터 등 전자소자 사업도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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