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한국 법인 수장이 9년 만에 바뀐다. 업계 대표 ‘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최만연 대표가 물러나고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로 꼽히는 박명제 상무가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13일 블랙록자산운용에 따르면 최만연 블랙록 한국 법인 대표의 임기가 이달 27일로 종료된다. 그가 2014년 6월 대표로 선임된 지 딱 9년 만이다. 해임 사유는 임기 만료다. 블랙록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6월 임기가 만료됐는데 이를 1년 더 연장했던 것”이라며 “10년 가까이 대표직을 수행해온 만큼 적절한 시점에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대표의 향후 거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 대표는 1985년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 한국투자신탁에서 국제부 조사역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1989년 해외투자부 운용역을 맡았던 그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뉴욕에서 해외 펀드를 직접 운용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2000년 슈로더투신운용 한국 법인 창립 멤버로 참여해 14년간 몸담은 뒤 블랙록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신임 한국 대표로는 박명제 블랙록 상무가 1년 임기로 내정됐다. 1970년생인 박 상무는 명지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조흥증권을 거쳐 2004년 메릴린치투신(2006년 블랙록과 합병)에 합류했다. 현재는 블랙록 홍콩 법인(아태 지역 본부)에서 한국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박 상무는 20여 년간 기관 대상 영업을 담당해온 베테랑 ‘세일즈맨’으로 특히 ETF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블랙록 한국 법인에서 아이셰어즈(iShares) ETF 세일즈를 담당했고 2017년 홍콩 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2021년 말까지 약 5년간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아이셰어즈 ETF 세일즈를 총괄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ETF 사업을 크게 확장시킨 공을 인정받아 대표직에도 오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블랙록은 1분기 기준 운용자산(AUM)이 9조 1000억 달러(약 1경 1669조 8400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한국에는 2008년 자산운용업 본인가를 받으면서 본격 진출했다. 2021년 리테일 사업 부문을 하이자산운용에 매각하면서 공모펀드 분야에서는 완전히 철수했고 현재는 기관투자가 대상 영업만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