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파급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수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기업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 위축 등 구조적 요인으로 내후년까지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1~31일 전국 34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중국 리오프닝이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아직까지 제한적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56.3%는 중국 봉쇄조치가 있던 지난해 3월 이전 수준으로 수출이 회복됐거나 올해 중 회복될 것으로 답변했다. 반면 응답 기업의 31%는 내년 이후 회복할 것으로 봤고, 12.7%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2차전지,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철강 등은 대부분 수출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석유화학, 기계, 휴대폰 및 부품, 디스플레이, 정보기기, 반도체 순으로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정보통신(IT) 업종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업체 과반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중국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고 봤다. 글로벌 수요 악화, 미국·유럽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향후 수출 회복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리오프닝이 오히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석유화학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선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 수준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거나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 이후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 2차전지, 철강, 반도체, 기계류, 정보기기 등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대기업은 현지생산 확대 등을 통해 대비할 계획을 마련했으나 중견·중소기업들은 대다수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별도로 대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 생산 계획이 축소되거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