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최근 1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시행돼 연금 계좌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ETF 시장 성장에 또 한 번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9일 100조 311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100조 원 벽을 넘었다. 이달 6일 기준으로는 100조 7080억 원을 기록 중이며 현재 국내 증시에서 총 23개 자산운용사가 735개의 ETF를 상장해 놓고 있다.
ETF는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면서 기존 공모 펀드에 비해 매매가 쉽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특성이 부각되며 급성장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성장의 한 요인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개인·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연금에서 ETF 잔액은 2021년 말 6885억 원에서 지난해 말 8645억 원으로 약 38% 늘었다. 단체 개인연금 가입자의 ETF 잔액은 같은 기간 54% 급증한 2741억 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고객이 늘자 자산운용사들도 적합한 투자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테슬라·엔비디아·애플 등에 투자하는 단일 종목형 ETF가 대표적이다. 단일 종목형 ETF는 국내·미국 증시의 대표 종목 1개에 약 30%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 혼합형 상품이다. 퇴직연금에서 채워야 하는 안전자산 비중 30%를 단일 종목 ETF로 채우면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운용사들은 최근 만기 매칭형 채권 ETF 등 타깃데이트펀드(TDF)에 ETF의 장점을 결합한 TDF ETF, 매월 분배금(배당금)을 받는 월배당 ETF,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ETF, SOFR(미국 무위험지표금리) ETF, 만기 매칭형 채권 ETF 등 이전에 없던 ‘퇴직연금 맞춤형’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더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ETF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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