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제작사 빅토리콘텐츠(빅텐츠)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빅텐츠를 인수한 패션 기업 F&F(383220)는 빅텐츠 상장을 통해 ‘패션-콘텐츠-엔터테인먼트’로 이어지는 그룹 내 사업 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는 전날 상장위원회를 열고 빅텐츠의 상장 예심을 승인했다. 지난 5월 11일 상장 예심 신청서를 제출한 뒤 두 달여 만이다.
빅텐츠는 조속한 시일 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 연내 코스닥 이전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모규모는 90억 원 안팎으로 공모 자금은 드라마 콘텐츠 제작을 위한 계약금 등에 쓴다. NH투자증권(005940)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빅텐츠는 2014년 12월 코넥스 시장 입성 후 8년 반 만에 코스닥 시장 이전 상장에 도전한다. 설립 직후 △발리에서 생긴 일 △쩐의 전쟁 △대물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드라마 제작사로서 이름을 알렸다. 가장 최신 작품은 3월 말부터 KBS에서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로 매화 2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앞서 빅텐츠는 설립 후 지속적으로 코스닥 이전 상장 기회를 엿봤지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악재가 겹치며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2016년 3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5년 연속 매출 300억 원을 넘지 못했고 2021년에는 약 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F&F가 지난해 3월 빅텐츠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F&F는 당시 235억 원을 투자해 구주 인수, 유상 증자 참여 등으로 빅텐츠 지분 50.77%를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3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0억 원 늘었고, 영업이익은 17억 원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빅텐츠는 내년에도 4~5편의 작품을 제작해 안정적으로 외형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최근 미국 콘텐츠 시장이 작가협회 파업, 배우조합 파업 등으로 2~3년 간 제작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빅텐츠에게는 기회다. 미국 현지에서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갖춘 국가는 한국과 영국 등인데,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빅텐츠와 같은 제작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
F&F는 빅텐츠 상장을 계기로 패션 브랜드 사업과 콘텐츠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F&F는 지난해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엔터 사업에 진출했는데 빅텐츠와 ‘패션-콘텐츠-마케팅’의 선순환 구조를 활성화하려는 구상이다.
F&F엔터테인먼트는 SBS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 에 약 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공동제작사 지위를 획득했고, 최종 데뷔 멤버 8인이 F&F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2년 6개월 간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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