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여름 성수기 인파를 피해 국내외 ‘장기 여행’ 대신 가까운 호텔이나 쇼핑몰·백화점에서 ‘단기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실내에서 야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식음료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호텔 등 일부에서는 ‘알뜰함이 지나친’ 규정 위반 고객을 걸러내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쇼핑몰과 백화점은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몰캉스 족’이 몰리자 체험형 공간과 식음료(F&B) 콘텐츠를 확대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백화점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의 여름 휴가철은 통상 업계의 비수기로 여겨져 왔지만,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보다 도심의 가까운 쇼핑·오락 시설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시티 바캉스족’이 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와 쇼핑몰, 백화점 등은 다채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모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홈플러스 몰은 8월부터 입점 브랜드와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연계한 체험 강좌를 연다. 특히 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타깃으로 수영장, 롤러스케이트장, 클라이밍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족 단위 고객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신세계(004170) 스타필드도 하남점에 베트남, 태국, 괌,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야놀자 홀리데이마켓’을 만들어 다양한 굿즈 판매와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하남·명지점에서는 2주씩 배달의민족 B마트와 피서지 콘셉트의 ‘배민B캉스’ 행사를 열어 B마트 인기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2.6m 높이의 대형 슬라이드와 30만 개 공으로 이뤄진 볼 풀 등 놀이 시설을 선보인다. 이 밖에 롯데백화점이 주요 점포에서 인기 맛집 팝업과 곤충 박물관 등 이색 행사를, 현대백화점(069960)이 디즈니 테마 행사 '서머 판타지'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호텔업계는최근 중고 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내 유명 호텔의 멤버십 대여 거래 시도가 늘고 있어 업체들이 단속 강화에 나섰다. 중고나라나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플랫폼에서 연회비 수십만원짜리 호텔 멤버십 카드를 일 단위로 주고받는 불법 거래가 성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나 일부 인터넷 카페에는 ‘OO호텔 멤버십 1만 5000원에 하루 대여합니다’라거나 ‘OO호텔 모바일 카드 빌려서 싸게 뷔페 다녀왔어요’ 같은 게시글이 올라온다. 호텔 유료 멤버십은 연회비를 내면 1년에 호텔 레스토랑 할인권과 숙박 포인트 등 혜택을 제공하는데, 현재 서울 시내 주요 대형 호텔의 멤버십 연회비는 대략 50만~60만 원 대다. 멤버십 불법 대여는 코로나 19를 계기로 호텔 및 호텔 뷔페 이용이 대중화하면서 덩달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이라는 공간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져 이용객이 늘어났지만, 가격 면에서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보니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멤버십으로 부가 수익을 꾀하려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예컨대 호텔신라(008770)의 S멤버십 소지자는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최대 33.33%(3인 기준)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이 호텔 뷔페의 성인 1인 저녁 식사 비용은 18만 5000원으로 3인에 55만 5000원이지만, 할인율 적용 시 총 18만 3150원을 아낄 수 있다. 멤버십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1만~2만 원을 내고 2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아끼는 셈이고,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가 수입을 얻으면서 시설 이용에 따른 리워즈(포인트)를 적립하게 된다. 이 같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돈이 오가는 멤버십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호텔들도 휴가철 ‘호캉스’ 수요기를 맞아 단속 강화에 나섰다. 한 호텔 관계자는 “회원 카드 발급 시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자격 상실·탈퇴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고,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도 계속 중고거래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멤버십 카드 및 개인정보 확인 역시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 본인 확인의 경우 고객이 불쾌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 측에서도 마냥 강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다른 대형 호텔의 관계자는 “멤버십을 대여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이 있었고,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매번 엄격한 본인 확인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신분증이 아닌 다른 시스템으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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