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한국, 일본에 이어 베트남을 세 번째 전략 국가로 삼은 것은 젊은 층의 소비력과 인구 증가율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철수한 데 이어 러시아 시장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을 시작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롯데 구축’의 일환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 뿐 아니라 해외 사업이나 신사업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보복 사태에 중국 20년 만에 철수…러시아 법인도 청산
롯데그룹은 오랫동안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지난 1994년 롯데제과가 중국에 첫 진출한 뒤 20년 이상 중국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롯데마트는 점포를 112개까지 늘리며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지난해 10년 만에 중국HQ를 청산했고, 롯데백화점의 마지막 중국 매장인 청두점을 매각하며 사실상 중국 시장 철수를 마무리 지었다. 러시아에서도 해외 롯데백화점 1호점인 모스크바점을 운영하다 지난 2000년 러시아 롯데쇼핑(023530) 루스 법인을 청산했다.
베트남, 성장성 높아…동남아 전문가 김상현 부회장 무게 ↑
대신 롯데그룹은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신 회장은 사면 직후 장남인 신유열 상무를 대동하고 첫 번째 해외 출장국가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현재 롯데쇼핑은 베트남에서 백화점 2개 점포, 15개 할인점, 영화관 46곳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권으로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가 지난 해 롯데쇼핑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유통업 투자 사업을 총괄하는 100% 자회사 롯데홀딩스 싱가포르 사내 이사를 맡은 게 단적인 사례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P&G 싱가포르 지사 부회장과 아세안 총괄 사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데어리팜(DFI)그룹의 싱가포르·홍콩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하는 등 동남아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기 위해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해외 사업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롯데쇼핑 베트남 지역 매출은 1204억 원으로, 전년 동기(983억 원) 대비 22.5% 증가했다. 이는 해외 사업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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