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 재검토 지시에 따라 국가R&D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의 예산을 기존보다 20%대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산하 25개 출연연에 내년도 R&D 예산안을 재검토한 결과를 안내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출연연별로 20% 후반대까지 예산을 줄여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제시한 예산안을 두고 출연연들과 추가 협의를 거친 후 이달 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기존보다 (예산을) 덜 삭감받는 방식으로 조정이 진행 중이다”고 전하는 등 일부 출연연은 과기정통부와 추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 협의와 국회 심의 및 통과 절차를 거친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현재 주요 R&D 예산의 배분과 조정 과정에 있으며 출연연의 출연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6월 30일까지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을 자체 심의하고 기재부에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 관행을 비판하며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관련 일정이 지체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취지에 맞춰, 삭감을 통해 새로 생긴 재원은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국제협력 강화 등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의 주요 사업비는 올해 기준 1조원 남짓으로 크지 않지만, 이를 시작으로 30조 원이 넘는 전체 국가 R&D 예산을 재분배하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초 세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청사 현판식에서 “효율을 떨어뜨리는 R&D (사업) 부분을 조금 엄중하게 보고 그런 부분은 효율이 날 수 있게 만들고, 정리할 사업은 정리하려 한다”며 “정말로 나눠주기식 배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취임한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출신의 조성경 신임 과기정통부 1차관도 “이미 나와있는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R&D 투자는 국가의 몫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에 투자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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