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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세수도 물가도 부담…유류세인하 ‘두달’만 연장

기름값 6주째 상승…휘발유 1700원 돌파

물가부터 잡자 …‘유류세 인하’10월 말까지

세수 부족 악화할 듯…일단 연장 기간 짧게





심상치 않은 물가를 관리해야 하고, 부족한 세금도 걷어야 하는데 정부가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8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 인하 조치를 10월 말까지로 2개월 더 연장키로 했습니다.

지난 2021년 ‘한시 인하’ 조치가 시작되고 다섯번째 연장인데 이번엔 연장 기간이 다소 짧습니다. 폭염과 수해에 계절적 요인으로 물가가 심상치 않고 추석을 앞둬 명절 물가 역시 관리를 해야 할 정부 입장에서 유류세를 연장은 하되 나빠진 세입 여건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직전에는 4개월을 연장했습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는 했지만 연장 기간이 짧은 만큼 세수부담이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하 연장과 관련해 기재부는 최근 국내외 유류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경감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번 개정을 통해 10월 말까지 휘발유에 대한 탄력세율 인하폭이 리터당 25%(205원 인하)로 유지되고, 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37%(212원·73원)로 유지된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세수 펑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 부담을 우선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통상 4개월 이상 연장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운치가 않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인하 조처를 연장하더라도 인하폭을 일부 축소할 가능성도 정부 안팎에서 거론됐지만 결국 인하 기간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세수부족을 두고 고심한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결국 유류세 추가 인하로 세수 부족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미 지난해엔 유류세 인하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1년 전에 견줘 5조5000억 원 줄었고, 올 상반기만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9%(7000억 원)줄었습니다. 경기침체 속에 올해 6월 기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9조7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지난해와 같은 세수가 들어와도 연간 세수는 올해 국세수입 예산(400조5000억 원)과 비교해 44조 원 넘게 부족할 전망입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입니다.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징수가 회복세를 타야 ‘세수 펑크’를 막을 수 있는데 전망은 갈 수록 어둡습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내려앉은 데다 자산시장과 기업 실적, 내수 경기 모두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서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지난 4월 연장 당시 기재부 안팎에서 종료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공교롭게도 OPEC이 감산 계획을 발표해 정부 부담을 키웠습니다. 1500원 대로 안정세를 보였던 기름값이 OPEC의 감산으로 1700원 대로 고개를 들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안정세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3∼1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2.7원 오른 L당 1727.7원이었습니다. 일간 기준으로 지난 9일 10여개월 만에 17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주에 주간 기준으로도 1700원을 돌파한 겁니다. 정부의 고민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문제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연장되는 다음 달 이후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입니다. 인하 폭이 지금과 변함이 없는 데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직결된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세수펑크와 물가 사이에 우선 물가에 방점을 찍은 기재부의 판단이 물가도 틀어막지 못하고 세수 확보도 더 어럽게 만들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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