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이 이달부터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재개한 가운데 이틀 만에 관련 잔액에 700억 원 이상이 유입됐다. 주가조작 사태의 뇌관으로 지목돼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CFD가 박스권 장세 속 공매도·레버리지(차입) 투자 수요 증가에 힘입어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CFD 영업 재개 시점을 두고 저울질하던 다른 증권사들도 조만간 시장에 속속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CFD 종목별 잔액 합계는 총 1조 4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 9676억 원에서 2거래일 만에 736억 원 증가했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을 40%만 납부해도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 신용 융자 거래와 유사하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돼 6월부터 모든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 앞서 3월 31일 2조 7697억 원에 달했던 CFD 잔액은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로 급격히 감소했다. 교보증권·메리츠증권·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 4곳은 당국이 관리 감독 체계와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이달 1일부터 CFD 서비스를 재개했다.
한때 CFD 시장이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할 것이라고 봤던 상당수 증권사는 서비스 재개 초기부터 잔액이 반등하자 존폐 위기는 넘겼다며 안도했다. 6월부터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CFD의 수요가 되살아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NH투자증권도 전산 시스템을 정비한 뒤 다음 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DB금융투자·키움증권 등도 머지않은 시기에 CFD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CFD를 활용하면 개인도 공매도에 나설 수 있고 절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투협은 CFD 공시 첫날부터 잔액을 잘못 집계하는 실수를 범했다. 1일 CFD 종목별 잔액 합계를 실제보다 3000억 원 이상 적은 6761억 8287만 원으로 발표해 CFD 잔액이 마치 하루 만에 급감·급증한 것처럼 표시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처음 취합을 하다 보니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CFD 증거금 40%를 제외한 융자 부문만 집계된 게 아닌가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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