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작용으로 고용 통계에 이상이 생기자 통계청 결과 발표와 보도 자료 작성에 개입했다.
15일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10월께 “비정규직 급증이 예상되고 병행 조사 영향으로 보인다”는 보고를 받자 통계청에 이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가집계 결과 비정규직이 86만 7000명 증가했다”며 “이는 기간제(79만 5000명) 인원 증가가 컸고 청년층과 60세 이상 등에서 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이어 기간제 취업자의 증가 이유를 물었고 통계청은 “단시간 취업자의 증가 등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기간제 79만여 명의 증가는 ‘아주 이례적이며 있을 수 없는 수치”라고 언급한 뒤 “병행 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를 발표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분석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병행 조사는 고용 통계와 관련해 매월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비임금 근로자 등 특수 형태 고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별도로 진행하는 조사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귀하의 고용 계약 기간은 얼마입니까’를 묻는 것과 달리 2019년 실시한 병행 조사에서는 ‘귀하의 고용 계약 기간 또는 고용 예상 기간은 얼마입니까’를 물었다. 이 같은 질문의 차이로 인해 응답자가 헷갈려 답변을 잘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측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응답자가 이전에는 비기간제 근로자라고 답변했다가 병행 조사에서 추가 질문으로 인지 오류를 해소해 기간제로 답변을 바꿨을 수 있다는 추정을 ‘병행 조사 효과’로 부르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아예 통계청장을 정책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시켜 이에 대한 발표를 보고하도록 했다. 통계청은 여전히 병행 효과 유무를 검증하지 못했지만 “병행 효과 추정치가 23만 2000명에서 36만 8000명”이라고 보고했고 청와대 정책실은 “이 정도예요?”라고 반문했다. 이후 “최소·최대치가 30만에서 50만”이라며 속칭 ‘받아쓰기 답안’을 전해줬다. 통계청장은 이튿날 병행 효과와 관련해 청와대 정책실에서 전달한 숫자와 비슷한 “27만 7000명에서 47만 9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청와대는 한발 더 나아가 보도 자료 작성에도 깊게 개입했다. 통계청장은 향후 대응 방안으로 “병행 효과와 해석 시 유의 사항 등을 참고 자료로 작성해 보도 자료에 포함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보도 참고 자료에 “병행 효과와 관련 전년 대비 시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고 기재해 보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해당 문구를 삭제하도록 한 뒤 “전년과 단순 비교 불가”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또 인포그래픽에서 비정규직 ‘87만 7000명 ↑’ 등 증감 수와 표시를 모두 삭제하도록 했다. 해당 수치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 효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가 실제 비정규직 급증의 원인에 대한 통계적 분석 없이 병행 조사 효과로 몰아가는 등 통계 결과 발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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