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현지 기업들에 불똥이라도 튈까 싶어 한국 국세청은 ‘을(乙)’이 됩니다.”
21일 인도네시아와 국세청장 회의를 앞두고 국세청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을’이라고 표현했다. 이보다 앞선 14일 인도 국세청장과 회의를 준비할 때는 산제이 말호트라 인도 국세청장 일행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 국세청이 방한하면 먹는 것부터 이동 동선까지 세심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세정협력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저승사자’라고 불리던 국세청이 기업 서포터스로 변신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춘 것이다. 이달 6일과 14일, 21일 서울에서 각각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와 릴레이 국세청장 회의를 한 데 이어 연내 해외 국세청장 회의도 예정돼 있다. 7월에는 김창기 국세청장이 몽골에 다녀왔다. 글로벌 공급망 보완, 대체 수요 확대에 맞춰 해외 현지 투자와 진출 필요성이 커지자 국세청이 직접 발 벗고 나선 셈이다.
한국의 제3위 교역 대상국인 베트남은 8000여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경제협력 동반자다. 14억 명의 인구대국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 한국 기업의 2위 진출국이자 3위 투자 대상국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는 만큼 우호적인 세정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 청장이 직접 현지 세정 지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릴레이회의를 계기로 현지 진출 기업의 세무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이중과세 예방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 지원과 함께 한국 전자세정 혁신 사례를 전수해 K세정 노하우를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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