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작업이 또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나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는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을 따르지만 HMM은 국내 해운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의 첫 매각 작업인 만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MM 매각과 관련해 최고가 낙찰 원칙 이외에 정성적 지표로 △인수자들의 자금조달 계획 △인수 뒤 경영계획 △해운업 발전 방안 등 세 가지 항목을 보기로 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HMM 인수 전은 정량지표 외에 정성지표를 함께 볼 예정이다. 인수 후보의 점수가 우리가 정한 수준을 넘는 경우에는 매각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하림과 LX, 동원 등 세 인수 후보 가운데 현재로서는 그나마 동원이 가장 나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동원그룹은 바다와 함께 성장한 기업인 만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글로벌 해운사 HMM 인수는 (해양기업을 이루겠다는 동원그룹의) 꿈의 정점”이라고 한 바 있다.
현재 산은은 정성 지표를 본입찰 직전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배점과 세부 평가항목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산은은 11월 최종입찰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12월 주식매매계약을 거쳐 내년 상반기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산은이나 정부 입맛대로 매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막판에 배점 항목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이번에도 미리 정한 대상에 맞춰 거꾸로 채점표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라며 “공정과 법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뭔가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하림이 최고가를 쓰고도 낙찰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돈다. 매각 작업이 ‘깜깜이’로 이뤄지다 보니 HMM 매각 불발 시 아시아나항공과 묶어 통매각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다.
해양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해운 정책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와 산은(20.69%)에 이은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19.96%)는 겉으로는 “산은이 구조조정과 매각 전문”이라면서도 속으로는 실무 작업에서 사실상 배제돼 답답해하고 있다. 향후 인수자 선정을 위한 세부 지표를 같이 만들 예정이지만 주도권은 산은이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이에 대해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잘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가 (되레) 깨지길 바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