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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인건비 다 올라 더는 못 버텨"…생필품 가격 20% 뛴다

■생활물가 도미노 인상

제조 비용 모두 오르며 원가 급등

금리상승으로 이자비용마저 늘어

정부압박·국민부담에 숨죽였지만

영업이익률 급감에 인상 기정사실

내달 세제 20%·양주 14%씩 올라


정부가 최근 올 추석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6% 이상 낮아졌다고 발표하는 등 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에 대해 유통 업계는 정부 압박 탓에 마진을 포기하다시피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6월 라면 업체들을 대상으로 군기 잡기를 했던 정부는 이달 초에도 22개 식품·외식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추석 전까지 물가 안정에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관련 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추석 후 물가 상승’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는 정부가 ‘물가 안정 상황반’ 등을 구성해 물가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보통 가격을 잘 올리지 않는다”며 “이 기간 묶어둔 가격만큼 추석 후에 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요인은 △원·부자재 값, 유가, 인건비 상승 △택배비 인상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행사 종료 △유통 채널의 수익성 악화 △정부 압박의 풍선 효과 등 다섯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힘들 정도다.

이미 가격 인상을 결정한 곳도 있다. 서울우유·매일유업(267980)·빙그레(005180)·남양유업(003920) 등 유업체뿐 아니라 7월 가격 인상을 보류했던 롯데웰푸드(280360)는 편의점 유통 아이스크림 가격을 다음 달부터 최대 25%까지 올린다. 양주 가격도 오른다. 조니워커블랙(14.8%), 깔루아(11.4%), 발렌타인 12년산(10.9%), 로얄살루트 21년(8%), 제임슨위스키(5.8%) 등의 편의점 유통 가격이 인상된다. 우유에 이어 설탕 가격도 고공 행진이라 과자와 빵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생필품 가격도 평균 20%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다음 달 1일 욕실세정제(2입)의 편의점 가격을 기존 7950원에서 9200원으로 16% 인상한다. P&G는 다우니 세탁 세제 블루(1ℓ)의 편의점 가격을 1만 6900원에서 2만 300원으로 20.1% 상향 조정한다.

도미노 가격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제너시스BBQ는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올리브오일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BBQ블랜딩 올리브오일’을 도입한다. 이는 올리브오일과 해바라기오일을 섞어 자체 개발한 상품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으로 가격을 안 올리고 버텨온 측면이 있는데 이젠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치에 달한 것이 사실”이라며 “낮아도 너무 낮은 마트의 영업이익률이 그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생필품 외 교통·에너지 요금도 연말로 갈수록 서민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으로 한전 적자가 더 심각해지면 내년 총선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 휘발유 등 기름 값도 불안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명절을 앞두고 기름 가격을 많이 올린 주유소에 대한 단속에 나섰지만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방 공공요금과 관련해 “요금 인상 요인에 대해 최대한 자구 노력을 권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상 시기를 분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하겠으며 ‘지방 물가 안정 관리 실적’에 따라 특별교부세 80억 원을 차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시내버스, 시외버스 요금은 1년 만에 각 8.1%, 10.2% 뛰면서 요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찍었다. 8월 택시요금은 1년 사이 20% 가까이 올라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공공요금 동결 유인책이 사라지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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