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앞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상치 못한 금융 불안 발생시 유동성이 적시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 강화’라는 주제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 등으로 미국 중소은행 위기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바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한은은 앞서 대출제도를 개편했는데 이번 정책심포지엄에서 정책 효과와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 총재는 “올해 초 SVB 사태는 전 세계 중앙은행 정책담당자에게 디지털 뱅크런 상황에서 금융안정 기능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던져줬다”며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7월 대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디지털뱅킹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해 급격한 자금이탈 가능성은 매우 큰 반면 현행 한은 대출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적격담보증권 범위가 좁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제약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인정하는 ‘재할인창구대출’을 통해 급격한 자금인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한은은 이런 수단이 불충분했다”고 털어놨다.
이 총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상시대출제도 개편을 통해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가용자원을 크게 확대해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이나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금융학회장을 맡고 있는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융서비스 디지털화와 비은행 그림자금융 확대 등으로 전통적 수단만으로 중앙은행이 금융안정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주요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정책수단 도입으로 최종 유동성 공급자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한은 대출제도 개편도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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