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개설하다 지난 8월 적발된 DGB대구은행의 부당 개설 계좌 수가 1662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1552명에 달했다. 금융 당국은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에 책임을 묻고,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통할 기능 전반을 별도 점검하기로 했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대구은행 금융사고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증권계좌 부당 개설에 연루된 영업점은 56개, 직원은 114명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의 국내 지점 수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2개임을 고려하면, 대구은행 지점 10곳 중 4곳에서 금융사고를 저지른 셈이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만들었다. 이후 사본에 적힌 증권사명,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한 뒤 B증권사 계좌개설 신청서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에 적힌 정보가 실제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나 발견됐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가짜로 바꿔 고객에게 증권계좌 개설 사실이나 관련 약관 안내가 가는 걸 막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안내를 받지 못한 사례는 32건으로 집계됐다.
수십 개 지점과 백여 명의 직원들이 부당 행위를 저지른 건 ‘실적’ 때문이었다.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반영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점 KPI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고객당 1계좌에서 2계좌로 강화하고 개인 실적에도 이를 중복 반영했다. 이런 사실이 증권계좌 부당 개설 유인책으로 작동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는 KPI가 변경된 시점인 2022년 중에 발생했다.
대구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시행하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경우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KPI에 반영하지 않거나, 1계좌 또는 계열 증권회사 계좌 개설 건만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대구은행에는 증권계좌 개설 업무 관련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나 전산통제, 사후점검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서비스를 신규로 시행하면서 관련 내규를 마련하지 않았고, 고객이 전자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닐 때도 출력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4월 한 부서가 직원이 고객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된 서류를 이용한 사례 등을 확인했지만 이후 영업점들에 구체적인 지침은 안내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리며 “또,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경남은행, 대구은행 등 최근 지방은행에서 금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을 별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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