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13일 택시단체들과 간담회를 연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간담회에 앞서 7일 대화에 임하는 원칙과 기준을 발표하고, 현행 20%인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플랫폼 개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수익성 약화를 감수하고 택시업계와 상생·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을 촉발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체계에 대해 살펴본다.
◇약탈적 가격으로 시장 지배했나=윤 대통령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에 대해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 버리고 또 계속 유입시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가맹 택시 ‘카카오T 블루’를 선보인 후 수수료 구조를 바꾼 적이 없다.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무료 서비스·요금 할인으로 경쟁업체가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 적이 없다. 다만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우대 배차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은 받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8월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맹 택시 시장의 독과점 구조는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서비스가 막혀 택시만 사업이 가능한 상황에서 면허를 확보할 자금 여력이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살아남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수료율 과연 높은가=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 매출의 3~5%를 수수료로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 중 중개수수료 비중은 ‘10~15% 미만’이 46.6%로 가장 높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이 속하는 ‘5% 미만’은 6.4%로 가장 낮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은 경쟁사인 우티(2.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우티는 후발주자로서 한동안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을 만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비교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우버의 올해 3분기 ‘차량 관련 매출 이익률’은 28.3%다. 그랩과 고젝의 수수료율은 12일 기준 각각 20.18%, 10%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구조로 이익을 많이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택시업계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수료를 낮추면 카카오모빌리티로 택시기사들이 몰려 시장 지배력과 독과점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픈플랫폼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하고 수수료를 내릴 경우 점유율이 오르고 독점적 지위가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회 영업도 수수료 받아야 하나=카카오T 블루 기사가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배회 영업이나 타 플랫폼을 이용했을 때도 수수료를 걷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에는 가맹 회원사들의 기사-차량-운행에 대한 모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 및 비용에 대한 재무 회계 시스템, 하드웨어 유지 보수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따른 사용 비용, 기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 및 운영 비용 일체 등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변호사는 “플랫폼 이용료의 원가 산정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수료를 전체적으로 받고 있다면 개별 이용건별로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을 수 있다. 택시기사들을 위한 여러가지 지원이 원가에 산정돼 있다면 이를 토대로 전체 이용료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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