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고유가·고환율 현상이 동시에 완화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 국면이 끝났다고 ‘승리 선언’을 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통화 긴축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7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4.9% 급락한 배럴당 72.90달러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국제유가 하락과 연동하면서 장중 최저 1290.2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전 거래일과 같은 1296.9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최근 3거래일 동안 32원 폭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영국 등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자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앞당기기에는 고용 등 경제 상황이 아직 견조하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10월 물가 상승률이 3.8%로 전월보다 높아지는 등 물가 불안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줄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하락에도 한국은행은 이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3.5%)와 내년(2.4%)의 물가 전망치를 소폭 높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가 우려될 정도로 급등할 가능성은 줄었으나 8월 전망 당시 예상했던 수준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3.4%에서 3.6%, 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IMF는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해야 하는 측면에서 한국의 통화정책은 적절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