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들은 우리 서비스 장애나면 언제까지 복구되는지 공시해라고 뭐라 하더만, 자기네 장애 났을 때는 1도 언급 안하네. 카톡이나 네이버는 무료서비스이기라도 하지, 세금받고 운영하는 이분들은 도대체 무엇?”
최근 정부의 행정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실제 이번 행정망 마비사태와 관련해 IT업계에서는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에 혀를 차고 있다. 17일 지방자치단제 행정 전산망인 ‘새올’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발생하며 전국 구청이나 주민센터는 물론 ‘정부24’의 민원 서류 발급까지 올스톱됐다. 정부는 행정망 먹통 첫날 문제 원인 파악을 하지 못한채 허둥거렸다. 행정안정부는 19일 오후5시 ”정부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모두 정상화 됐다“고 밝혔지만 완전 정상화 여부는 민원인이 몰리는 20일 오전 9시에나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 같은 사고가 일반 IT 기업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10월 발생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를 돌이켜보면 쉽게 비교가 가능하다. 남궁훈 당시 카카오 대표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이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5600억원 상당의 보상안을 내놨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국정감사에 불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으며 카카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들불처럼 거셌다.
당시 대통령실은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카카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후 카카오 그룹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를 비롯한 각 부처의 카카오 대상 압박이 이어졌다. 최근 카카오 위기론이 부각된 이유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의혹이 핵심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지난해 발생한 먹통사태 이후 카카오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했던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행정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충분한 대체제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카카오톡이 없더라도 텔레그램, 라인,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먹통사태 당시 카카오 기반의 인증체계 접속불가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지만, 이 또한 대체 모바일 인증 서비스가 있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커졌을 뿐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반면 정부 행정망 기반 서비스는 정부가 독점적으로 제공한다. 대체할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초본, 인감증명서 등의 발급이 중단되며 부동산거래, 금융권 대출, 자동차 매매 등이 며칠간 불가능했다. 정부는 카카오 먹통사태 당시 “왜 백업 서버를 갖춰놓지 않았냐”며 카카오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지만, 정부야 말로 제대로 된 백업 서버 없이 전자정부 서비스를 운영하다 먹통이 됐다는 볼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전산망 먹통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 3월에는 법원의 전산시스템이 마비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올 6월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먹통 사태로 교원과 학생들이 애를 먹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 IT 시스템은 관련 규제로 중소기업들이 주로 수주하는데다 하청에 재하청 구조라 문제 발생 시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 당시에도 결국 LG CNS와 같은 대기업이 참여해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 대부분이 하루종일 이용하는 네이버나 카카오 대비 정부 서비스의 트래픽이 훨씬 적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운용 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대비가 안일했다’고 카카오 측을 강하게 질타했지만 가장 질타를 받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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