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업계에 전방위적인 물가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가리킨다. 고물가가 지속되며 각 부처가 품목별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여서 판매하는 일종의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슈링크플레이션 관계부처(기재부·농식품부·산업부·해수부·식약처),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슈링크플레이션 현황과 향후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11월 말까지 진행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12월 초 발표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서 가격 변동 정보 외에 중량 변동 정보까지 공개해 소비자가 슈링크플레이션 정보를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조사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의 용량조정 등 정보도 수집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대국민 제보를 받는다. 신고는 한국소비자원 대표 홈페이지와 ‘참가격’ 홈페이지 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하기’ 팝업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 업계가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이 ‘숨은 가격인상’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단위 가격·용량·규격 등이 변경될 경우에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종의 기만적 행위로,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이 엄중하다”며 “시장 동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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