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의 새 주인을 가를 우선협상자 선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홍국(사진) 하림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이 자리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 기업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이 동행한다.
대기업 중에서는 김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네덜란드 식품사업과 물류 관련 협력 등이 주 내용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지난 달 하림지주는 ‘글로벌 식품허브, 새만금의 잠재력’을 주제로 한 새만금개발청 행사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네덜란드는 농식품 무역규모가 세계 2위고 지난해 관련 분야 무역 흑자가 36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대통령실과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에 깜짝 초청을 받았다. 하림그룹은 2012년 델라웨어주에 있는 닭고기 가공 업체 알렌패밀리푸드(현 애런 하림푸드)를 인수했다. 델라웨어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30세의 나이에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경력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초청 받은 바 있다.
하림은 “네덜란드가 척박한 환경에서 해외 농식품 부분 수출 2위고 우리와 에너지와 설비 등 여러 협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비즈니스 포럼에 초청을 받아 식품군 최고경영자(CEO)로 참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MM 인수 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HMM 매각 같은 대형 거래를 앞두고 하림 측 인사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는 아니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HMM 인수전에 뛰어든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동원은 이번 순방에 참여하지 않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하림을 선택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지적했다.
HMM 매각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커지면서 KDB산업은행이 우협 대상자와 연내 체결하려고 했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점도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에 따르면 현재 산은은 최저가격 역할을 하는 예정가격(예가)을 넘긴 하림을 우선 선정한 뒤 세부 조건을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우협을 뽑고 나면 매각 측의 협상력이 약해지는 만큼 영구채 전환 유예 같은 핵심 조건은 허용할지 말지, 확실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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