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000240) 고문과 손잡고 회사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MBK의 라이벌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이 친분이 두터운 만큼 한앤코가 이번 사태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12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2015년 한국앤컴퍼니의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와 공동 인수한 국내 최대 자동차용 공조회사 한온시스템(01888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8년 전 양사는 각각 2조 8400억 원, 1조 1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현재도 지분을 50.5%, 19.49%씩 나눠 갖고 있다.
당시 인수는 한앤코에서 주도했지만 한 사장의 전략에 공감한 조 회장이 조 단위 투자를 빠르게 결단하며 거래를 종결지었다. 1972년 1월 생인 조 회장은 1971년 생인 한 사장과 친구 사이다. 당시 공동 인수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가 이번 분쟁에 한앤코를 소환하는 건 MBK가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한온시스템 매각 전략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한때 몸값이 8조 원에 육박했을 만큼 국내 인수·합병(M&A) 업계 초대형 매물로 꼽힌다. 다만 덩치가 워낙 큰데다 최근 실적이 하락하며 새 주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우선인수권을 확보했던 한국타이어도 한온시스템의 높아진 몸값을 고려해 재작년부터 지분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와 한앤코 사이에는 인수 당시 체결했던 지분 매각 관련 다양한 옵션 계약들이 있을 것”이라며 “MBK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면 이 옵션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자금 회수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업계 일각에서는 한 사장이 조 회장 측의 대응 전략 마련을 도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앤코가 올 해부터 신규 조성한 펀드 규모가 벌써 3조 원을 넘어서 자금력 측면에서 MBK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업계의 시선을 모은다. 회사 지분을 42% 보유한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을 8%만 확보하면 이번 분쟁을 손쉽게 끝낼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재계와 IB 업계의 다양한 인맥 관계도 주목 받고 있다. 조 회장 측 우군으로는 한 사장 외에도 40년 지기 친구 윤호중 hy회장이 꼽힌다. hy는 공개매수 첫날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수십 억 원어치 장내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MBK 측 전략에 타격을 가했다.
조 고문은 부재훈 MBK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고문의 처남인 차종현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주목 받는다. 차 파트너스는 올 2월 남양유업에 행동주의를 개시,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매입을 제안하고 감사 선임에도 성공하며 한앤코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앞서 한앤코는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지분(53.08%)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홍 회장이 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하면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올 초 2심까지 한앤코가 모두 승리하면서 조만간 남양유업 경영권을 최종 인수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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