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사업자가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을 신청하면서 제4이동통신사 유치를 추진해 온 정부의 ‘7전8기’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투자 비용을 줄여주는 등 시장 진출을 위한 ‘허들’을 낮춘 덕분이다. 하지만 기존 통신 3사 체제가 워낙 공고한데다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경쟁을 펼쳐보기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상당하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8㎓ 주파수 할당 신청 마감일인 이날 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인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미래모바일 컨소시엄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 3개 기업이 신청서류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사업자에게 28㎓ 주파수를 독점 제공함으로써 이통 3사가 장악한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 서비스 발굴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한 최저경쟁가격을 742억 원(전국 단위)으로 책정, 2018년 이통 3사가 할당받을 당시보다 3분의 1로 낮췄다. 사업 3년차까지 구축해야 하는 망 기지국도 6000대로 기존 1만 5000대의 절반 이하인 6000대로 줄이는 등 신규 사업자 유치를 위한 당근책을 마련했다. 사업자는 신청 내용에 따라 전국이 아닌 권역별 사업도 영위할 수 있다. 사업자는 주파수를 할당일로부터 5년 간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정부 노력에 대해 그동안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미 통신시장은 포화 상태여서 요금제 가입자 수 성장세가 꺾이고 3사의 관련 매출 성장률도 둔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그동안 일곱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유치를 시도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아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대기업들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의지를 갖고 신청한 중견·중소사업자는 재무건전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유인책을 마련한 이번 모집에서는 복수의 사업자가 신청해 주파수 경매가 성사돼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알뜰폰(MVNO) 브랜드 ‘핀다이렉트’를 운영 중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등 쟁쟁한 기업·기관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여 합작법인 ‘스테이지엑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재무적 투자와 자문을, KASIT는 28㎓ 실증과 연구개발(R&D)을, 연세의료원은 28㎓의 수요처로서 의료 서비스를 공동 발굴할 계획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또 폭스콘의 모바일 기기 관련 제조사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28㎓ 서비스를 지원하는 중저가 단말기 확대도 준비 중이다.
세종텔레콤은 일반 회선 사업의 낮은 사업성을 기업간거래(B2B)를 통해 만회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현재 정부 정책 아래에서는 B2C 보다는 B2B 사업에 28㎓를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추진 중인 B2B 5G 사업의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세종텔레콤은 앞서 B2B 5G망에 쓰이는 이음5G(5G 특화망)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할당받아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조선소에 도입하고 산업현장의 디지털전환(DX)을 추진 중이다.
미래모바일 역시 협력사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래모바일은 이날 일찍 신청했다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과기정통부로부터 반려당한 후 서류를 보완해 마감에 임박한 오후 5시 20분에 다시 제출했다.
다만 이번에도 제4이통사 출현이 무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2015년 세종텔레콤 등이 의지를 갖고 제4이통사 모집 신청을 했지만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고배를 마신 적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부터 신청자들의 적격 여부를 최장 1개월 간 검토한 뒤 주파수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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