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급 충격 영향으로 단기 급등했으나 추세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연말로 갈수록 물가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유가 등 변수가 남았다는 평가다.
20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를 통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후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으로 근접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먼저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보다 농산물과 석유류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 서비스 등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방 요인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 물가에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물가를 상반기보다 0.4%포인트 끌어올리는 영향을 준 반면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이나 전기·가스·수도는 1.1%포인트 낮추는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물가 여건에서는 국제유가 흐름이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유가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증산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OPEC+ 감산 지속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 상방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 반면 민간소비 등 내수 측면에서 물가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용 상황이 양호해 실질구매력은 점차 개선되겠으나 통화 긴축 영향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이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폭 제한,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팬데믹 이후 비용 상승 충격을 상당 부분 완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되거나 유류세 인하 조치가 환원된다면 물가 둔화 흐름이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유가만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 측 압력이 완화된 만큼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향후 물가 전망 경로에선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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