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는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고물가·고금리의 악재 속에서도 내수와 수출, 국내 생산이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성장’을 이뤄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흐름 속에서도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정보 비대칭으로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렸던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처음 진출한 해이기도 하다.
◇반도체 빈자리 메운 車, 수출 90조 돌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난 174만 대, 수출은 17.4% 증가한 270만 대로 예상된다. 수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88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27.2%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수출 호조에 내수까지 뒷받침해주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2018년 이후 5년 만에 400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
올해 자동차 수출은 현대차·기아가 주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현대차는 104만 6350대, 기아는 96만 2449대를 수출하며 7년 만에 수출 2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내수 판매량도 같은 기간 현대차 69만 9905대, 기아 51만 8857대를 기록했다. 11월까지 국내 전체 완성차 업계의 내수 및 수출판매(385만 4325대)에서 현대차·기아(322만 7561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3.7%에 이른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올해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어려운 시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둔화 속 하이브리드 강세=완성차 시장은 전기차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문턱이 높아지는 환경 규제 속에서 하이브리드차가 현재 시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KAMA에 따르면 올 11월 누적 기준 국내에 팔린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49만 6128대 중 33만 5211대(67.6%)가 하이브리드차였다. 전년 동기 대비 44.3%나 늘었다. 반면 전기차는 같은 기간 3.6% 감소한 14만 6494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당분간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완성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싼타페와 그랜저·쏘렌토·카니발 등 인기 모델의 신차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연비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출시를 위해 중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BMW와 렉서스 등도 하이브리드 신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에 첫발 뗀 ‘메기’=현대차그룹은 올해 10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처음으로 인증 중고차 시장에 발을 내디디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특히 기아는 인증 중고차 대상에 전기차까지 포함하며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로 범위를 제한한 현대차와 차별화를 꾀했다.
대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시장에는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우선 현대차·기아 이후에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추가로 진입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고차 품질 보증 서비스 확대, 구매 후 일정 기간 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하는 책임환불제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구입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의 올 11월 누적 기준 소매판매에서 온라인 방식인 ‘내 차 사기 홈서비스’를 통한 판매 비중은 58.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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