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같은 AI 신기술을 앞다퉈 사내에 도입하고 있다. 기존 통신사업을 넘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AI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하는 만큼 임직원부터 AI 리터러시(이해도)를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부터 생성형 AI 챗봇 ‘제니(Gennie)’를 임직원용 인트라넷(사내망) ‘케이트’에 도입해 업무에 활용 중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모델을 활용했지만 사내 데이터만을 학습하도록 해 업무 보조와 보안 유지에 특화했다. 챗GPT처럼 메일 작성 같은 기본 기능은 물론 요금제 정보 같은 사내문서 검색, 남은 휴가일수나 복지포인트 문의 같은 인사 업무까지 지원한다. 민감한 대화 내용을 지우는 ‘초기화’ 기능과 잘못된 답변을 보정하도록 하는 ‘피드백’ 기능이 있고, 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주는 일반적인 대화형 서비스 기능으로도 쓸 수 있다.
KT는 비슷한 시기 생성형 AI 포털 ‘젠아이두(Gen.AIDU)’도 사내에 도입했다. 제니가 모든 임직원이 쓸 수 있는 범용 업무도구라면 젠아이두는 개발자의 업무 보조와 임직원의 AI 실습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다. 개발자는 젠아이두에서 오픈AI의 GPT, 구글의 바드, 메타의 라마 등 다양한 LLM과 이미지 생성 모델을 상황에 맞게 선택한 후 챗봇이나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두 서비스를 통해 생성형 AI와 관련한 임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업무혁신을 이루려 한다”며 “우리 임직원부터 AI를 배우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초거대 AI 모델 ‘믿음’을 상용화한 데 이어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혁신부문과 산하 AI테크랩을 신설하는 등 기술 조직을 강화했다.
KT보다 먼저 자체 AI모델 ‘에이닷(A.)’을 상용화한 SK텔레콤은 일찍이 생성형 AI를 사내에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올해 5월부터 오픈AI 모델을 사내 전용으로 학습시킨 챗GPT를 업무도구로 활용 중이다. 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고화질 이미지나 긴 분량의 개발 코드 전송을 막고 유출 사고가 벌어질 경우 임직원의 사용 기록을 추적하는 기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 모두 자체 AI모델을 가졌음에도 사내 챗봇을 새로 개발하는 대신 경쟁사 솔루션(상품)을 빠르게 가져다 쓰는 게 임직원 역량 강화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사내 교육과정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최근 도입해 난이도별로 세 단계로 나눠 임직원을 가르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늦은 내년 상반기에 자체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내놓을 계획인 만큼 사내 활용도 다소 더딘 편이다. 다만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비용을 4분의 1로 낮춘 자사 광고를 만들어 공개했고, 스포츠 중계 플랫폼 ‘스포키’의 경기영상 하이라이트 제작에도 생성형 AI를 쓰는 등 활용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LG AI연구원과 손잡고 임직원의 AI 교육과 기술동향 교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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