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패션업계는 ‘꾸안꾸(꾸미지 않은 뜻 꾸민)' 패션이 유행을 하며 여전히 ‘신(新)명품’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혹한기에 패션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신명품 브랜드의 활약으로 실적 회복을 이끌어 냈다. 신명품은 기존의 명품 대비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패션, 동시대의 감각을 대변하는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로 103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했다.
31일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에 따르면 SSF샵이 매출 기준 올해를 빛낸 ‘베스트 10' 아이템을 집계한 결과 메종키츠네, 아미, 꼼데가르송, 르메르 등 신명품 브랜드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신명품이란 초고가의 명품 브랜드보다는 비교적 가격대가 낮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수입 브랜드를 뜻한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아이템은 여우 심볼로 유명한 메종키츠네의 ‘유니섹스 더블 폭스 헤드 패치 클래식 티셔츠’였다. 메종키츠네는 최근 수년간 신명품의 대표주자로서 익스클루시브 아이템 출시는 물론 골프 캡슐컬렉션과 카페키츠네 운영 등으로 유니크한 가치와 차별화된 문화를 통해 젊은 층과 소통을 꾀하고 있다.
2위는 사랑스러운 하트 로고가 돋보이는 아미의 시그니처 로고 포인트를 살린 크루넥 티셔츠가 차지했다. 3위는 눈 꼬리가 살짝 올라간 하트 로고로 유명한 ‘플레이 꼼데가르송’의 빅 하트가 프린팅 된 컨버스 슈즈가 꼽혔다.
이 외에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르메르가 출시한 ‘스몰 크로아상 백’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워야 산다”…‘신명품’ 발굴에 주력하는 패션업계
패션업계는 새로운 신명품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역할을 맡았지만, 최근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자 이에 준하는 명품 브랜드 찾기에 나선 셈이다.
특히 국내 패션기업들은 비교적 인지도가 낮거나 희소성있는 신 명품 브랜드를 발굴해 독점 판매 계약을 체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핵심 브랜드 전략을 ‘자·스·가’로 세우며 팬데믹 이후 판권을 체결한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 3대 신명품 확대에 주력했다. 이들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누적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0%, 90%, 50%씩 증가했다.
이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비이커 등을 통해 인큐베이팅을 거쳐 오프라인 단독매장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돕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지난해 9월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엔폴드를 국내 런칭한 데 이어 올해에는 리포메이션, 꾸레쥬와 수입 유통 계약을 체결했고, LF(093050)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빠투와 프리미아트를 추가로 도입했다.
한섬(020000)은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폼 등 자체 편집숍의 바잉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워레가시에 이어 가브리엘라 허스터트, 베로니카 비어드, 토템 등을 수입하고 있다.
김동운 온라인영업사업부장(상무)은 “젊은 층과 의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고객 참여성 캠페인을 늘린 결과 SSF샵의 방문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내년 패션업계 키워드 ‘와인드업’…마지막 한 방
지난 19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4년 패션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와인드업(WINDUP)’을 제시했다. 와인드업이란 게임을 끝낼 마지막 한 방을 위해 크게 팔을 뻗는 투수의 준비 동작을 뜻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까지 지속된 불안한 성장이 내년에는 멈춰 새로운 영역으로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웰니스 영역으로 확장되는 패션(Wellness&Fashion) △벤치마킹 전략을 버려야 할 때(Ignore Benchmarking) △역사상 가장 부유한 X세대에 주목(Notable Rich Generation X) △대담한 90년대 미니멀리즘의 부상(Daring 90's Minimalism) △패션의 새로운 잠재력, 생성형 AI(Untapped Potential of Fashion, GenAI) △수익성 개선 게임(Profit Priority Strategy)를 제시했다.
비즈니스 시각에서 웰니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패션 트렌드를 고려하되 벤치 마킹 전략을 버리고 저마다의 방식과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는 X세대에 주목하고, 생성형AI를 활용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황기 극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경기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불안한 성장을 지속해온 패션 마켓은 올해 잠시 숨을 고르는 브레이크포인트(중단점)를 지나왔다"며 “다가올 2024년은 우울한 상황을 정리할 '마무리 짓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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