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올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의 결과물을 토대로 기술적 기반을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전기차와 같이 모빌리티 하드웨어의 전환에 더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의 활용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기업은 이달 10~1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하는 ‘CES 2024’에서 구체적인 SDV 전략과 개발 막바지인 실증 기술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 상태와 기능을 관리·개선하는 완성차를 의미한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부품을 교체하지 않아도 차량 성능을 최신으로 유지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한 축을 담당하는 SDV 시대가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업계에서 이번 CES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SDV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대략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올해부터는 실제로 적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완성해야 할 시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통해 구체화된 SDV 기술을 선보인다. SDV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 기술로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해 운전자 니즈에 최적화된 성능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그 예다.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 분석 결과 평소 자율주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가정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해당 기능을 고도화해 최고의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운전 패턴을 토대로 사고 위험을 방지하고 연비를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I 기반으로 운전자와 차량의 연결성을 고도화한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공개한다. 이 기능은 벤츠의 소프트웨어 전용 운영체제(OS)인 ‘MB.OS’를 통해 지능형 시스템을 통합하고 운전자와 차량 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를테면 조명과 사운드시스템의 통합으로 편안한 조명과 음악, 마사지를 동시에 제공해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SDV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과거 스마트폰 전환기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도태된 기업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으려면 초기 단계부터 한발 앞서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SDV 전환을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DV를 둘러싼 완성차 업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SDV 분야에 18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인 폭스바겐그룹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했다. 2026년까지 계획한 투자 규모는 40조 원에 달한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도 각각 자회사를 통해 SDV에 활용할 자체 OS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고도화할 인력 확보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와 비교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완성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내 친환경 차 인력은 2020년 기준 27만 명인 반면 소프트웨어 인력은 2만 8000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인력 충원을 위한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SDV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과 GM, 포드는 매년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50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으며 도요타도 2025년까지 1만 8000명의 개발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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