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 지위를 굳히기 위한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수소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사용자 요구에 따라 자동차 용도·형태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으로 인류의 삶에 더 나은 편리함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24의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에서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미래 사업 비전을 공유했다. 두 회사는 각각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현대차)’ ‘준비된 기아가 보여줄,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기아)’를 주제로 순차적으로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의 경우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입구에 장사진을 쳤다. 300석 규모로 마련된 좌석은 순식간에 채워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행사에는 현대차 추산으로 약 500명이 참석했다. 기아 행사장도 많은 인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발표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기아의 첫 중형 목적기반차량(PBV)인 ‘PV5’ 콘셉트 모델이 행사장에서 공개되자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나오며 열기를 더했다. 이날 현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성 김 자문역(전 미국 대사),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 등도 자리했다.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은 수소사회로의 전환, 소프트웨어 혁신 등 두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된다. 수소에너지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 기술로 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장 사장은 “수소는 탄소 중립으로 인해 가야 하는 부분으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광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부침과 여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감하고 끈기 있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수소 소비량을 지난해 1만 3000톤에서 2035년 300만 톤으로 확대한다.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승용 수소연료전기차(FCEV) 분야에서도 시장 리더 입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넥쏘(NEXO)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으로 SDx(Software Defined everything)를 발표했다.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서비스가 자동·자율화되고 끊김 없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 대한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최적화되고 자유로운 이동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PBV를 지목하며 단계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PBV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공간 활용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송 사장은 “PBV는 머지않아 모빌리티의 세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많은 사람들은 PBV가 모빌리티의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고 PBV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송 사장은 “아직 상용차(LCV)는 전동화에 있어 갈 길이 먼 시장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2030년 상용 전기차 판매량이 150만 대로 예상되는데 20%인 30만 대는 우리가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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