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까지 가서 과일들을 사왔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상태가 너무 좋지 않네요.”
경기도 광주에서 생과일 주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과일 가격에 가게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스 뿐 아니라 과일선물세트, 탕후루, 과일빙수, 샐러드 등의 메뉴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격이 올라 단가를 맞추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 부담을 느낀 손님이 줄면서 폐기하는 과일까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가게를 매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과, 감귤, 딸기 등 생과일 주스용으로 활용도가 높은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에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심지어 과일은 아니지만 주스용으로 활용되는 과채인 토마토마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토마토의 지난해 12월 5㎏ 당 가격은 2만1809원으로 전년 동기(8426원) 대비 158.8%가 올랐다. 대추형방울토마토도 3㎏ 당 2만2015원으로 68.3% 상승했고, 원형방울토마토는 5㎏ 기준 2만3255원으로 37.0%가 비싸졌다.
토마토 주산지인 영·호남지역은 겨울철에도 일조 시간이 길고 기후가 온화해 토마토의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생육기인 작년 11월 이상 기후로 인해 평균 기온이 낮고 일조 시간이 적어 수세(식물의 가지나 줄기, 뿌리)가 약하고, 착과율 감소, 과실 발육 부진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토마토의 착과량과 크기가 작아져 정상과채가 줄고 비품이 늘어난 셈이다.
엎친 데 덮진 격으로 영남 지역에서는 농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토마토 재배 농가가 감소해 재배 규모가 축소됐다. 아울러 일부 농가들이 유류비 인상에 따라 난방 가동을 줄인 탓에 하우스 내 온도관리 실패로 역병이 증가해 작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지난 12월 출하량이 일반토마토는 5%가, 대추형방울토마토와 원형방울토마토는 각각 2%, 9%씩 감소했다.
다른 과일들의 가격이 오르며 대체 구매로 소비자들의 토마토 수요가 늘어난 탓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2022년에는 기상 호조로 출하가 원활했지만, 지난해에는 생육기인 11월에 기후 탓으로 생육이 부진했다”며 “작황이 좋이 낳아 출하 물량이 적은 상태에서 수요까지 늘며 토마토 시세가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토마토 수출량과 수출액 역시 감소했다. 지난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수출량은 3314톤, 수출액은 483만달러(환율 1321.50원=한화 약 6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씩 줄었다.
토마토 대체제인 페이스트 수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누적 수입액은 4345만달러(574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6%가 늘었다. 수입국 별로는 중국이 1만6217톤으로 56%를 차지했고, 미국(6990톤·24%), 칠레(2643톤·9%)로 집계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상 여건 악화로 착과율이 줄고, 생육이 지연돼 주산지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잎곰팡이, 총채벌래 발생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