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자 국내 도입에 대한 금융투자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아 실제 가상자산 ETF가 국내 시장에 등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국내 자산운용사 상당수는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거래를 승인하자 국내 도입 논의도 향후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해당 ETF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비트코인 현물을 일반 주식 계좌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내 운용사 대다수는 관련 상품 출시를 위한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해외에서 비트코인 관련 ETF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준비하지 않은 운용사가 별로 없다” 면서 “제도와 시스템만 갖춰지면 모두들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 개정은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의지에 달려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안착할 때까지는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은 제도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미 SEC의 상장 승인을 받은 11개 ETF도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놓은 상태다.
실제 주가지수나 채권지수, 금·원유 등 원자재 등은 ETF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지만 제도권 밖의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 현물은 법상 기초자산 범주에서 아예 벗어나 있다.
정부가 2017년 12월부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와 매입, 담보 취득, 지분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장애물로 꼽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우려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미국이 승인을 했다고 당장 정부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상자산 거래를 감시하는 가상자산감독국과 조사국을 출범시켰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전담 부서를 신설해 투자자 보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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