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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투자자 위한 거버넌스 대타협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17일 한국거래소의 민생 토론회에서 ‘슈카월드’ 전석재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업의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막을 방안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세제와 주주 보호 미흡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임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리고 과도한 상속세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일 증시 개장식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을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수년간 거버넌스 대타협을 주장해왔다. 거버넌스 개혁가들이 원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과 재계가 원하는 상속·증여세 개정 및 배당 분리과세를 맞바꿔 추진하자는 것이다. 왜 중요한가. 노동과 자본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그 전제인 자본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박영옥·김규식의 ‘주주 권리가 없는 나라(센시오, 2024)’를 읽어보자. 공정과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 무법천지 한국 자본시장의 합법적 주주 침탈 권리를 열거한다. 합병 비율의 시가 결정. 불완전 의무매수공개제도. 물적 분할 후 동시 상장 허용. 자진 상장폐지 시 적정 가치 비산정. 자사주 마법의 허용. 수탁자 보호 의무 불인정. 증권 집단소송 즉시 항고 허용 및 증거개시제도의 부재. 캐나다의 호화 이사회? 직원용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의 오너 장남 몰빵? 애교다.



이 모든 비정상을 원천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상법 제382조의 3 개정이다. 기업 이사들이 ‘회사를 위하여’라는 단어 뒤에 숨어 대주주 편만 들지 말고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라는 주문이다.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염원에 힘입어 드디어 대통령까지 동의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아니다. 17일 행사의 사후 브리핑에서 법무부 관계자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개정과 관련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기회 유용과 관련한 사전 승인 등 ‘실용적 장치’에 입법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해당 개정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일 뿐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없다. 투자자들의 염원대로 개정을 추진하시라. 둘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 반대자들이 대통령의 2일 발언을 총선용 거짓말로 폄하하고 대통령이 대기업에 편향적일 것이라는 오해를 부추길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해당 개정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지 않다. 만약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포함돼 있었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주주 대표 소송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거버넌스 대타협은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는 과제다. 개별 부처 혹은 공무원 태스크포스(TF)가 아니라 대통령실의 몫이다. 법무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에 상법 개정, 투자자 보호, 상속·증여세 개정 및 배당 분리과세를 검토하라고 한들 개별 실무진은 기술적·실용적·점진적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 대타협은 기술적 ‘실용’이 아니라 담대한 정치적 ‘선언’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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