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T&G 이사회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의 1조 원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해당 펀드는 KT&G 전·현직 경영진이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자사 공익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했으며 이에 대해 이사회가 내부 견제 및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2일 싱가포르계 펀드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는 10일 KT&G 감사위원회에 KT&G 이사회를 상대로 배상금 청구 소송을 권하는 소제기 청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FCP는 상법에 따라 KT&G 감사위원회가 한 달 내에 소송에 나서지 않으면 주주 대표로 이사회에 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직접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 절차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회는 이에 따라 다음 달 10일까지 백복인 현 KT&G 사장과 전·현직 사내외 이사 21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송가액은 자사주 1085만 주를 이달 9일 종가(주당 9만 600원)로 환산한 금액으로 총 9830억 원이다.
FCP는 KT&G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백 사장과 민영진 전 사장 등이 대표로 있는 재단과 기금에 무상 증여해 주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 경영진의 경영권 강화, 고액 배당금 등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FCP는 그 규모가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KT&G는 자사주 15.30%를 보유하고 있다. KT&G 소속 공익법인 KT&G복지재단(2.23%)과 KT&G장학재단(0.63%)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민 전 사장이, KT&G장학재단 이사장은 백 사장이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KT&G가 지난해 12월부터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FCP가 ‘이슈 몰이’의 일환으로 법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FCP는 KT&G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은 약 1%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KT&G(033780)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차원으로 공익법인과 근로자의 복리후생 증진 목적으로 자사주 일부를 출연했다”며 “자사주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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