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건설사의 회계 부실을 샅샅이 훑는다. 3월까지 건설사들이 2023년 사업 보고서를 제출하는 대로 장기 공사 수익과 우발 부채 부문에서 누락된 공시는 없는지, 금액은 제대로 산정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건설 업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회계부정 적발 시 건설사는 물론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까지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건설사가 제출하는 2023 회계연도 사업 보고서에 대한 정밀 점검에 나선다. 집중 타깃은 장기 공사 수익 회계 처리의 적절성과 누락된 우발 부채 유무다. 사업 보고서의 제출 마감 기한이 3월인 만큼 점검은 3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6월 ‘2024년 중점 점검 회계 이슈’를 통해 이런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부동산 PF 부실화, 원자재·인건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의 회계부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지난해 12월 태영건설(009410)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PF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가면서 건설사의 회계 부실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
우선 금감원은 장기 공사 수익의 회계 처리가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에 맞춰 적정하게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제때 공시됐는지를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원가 임의 조정, 진행률 조작 등으로 매출 부풀리기가 없었는지가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은 사실상 태영건설을 무너뜨린 원흉 중 하나인 우발 부채도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지급보증 외에도 채무 인수 약정, 자금 보충 약정 등에 대한 공시가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기존 우발 부채 규모의 변화 등이 제때 반영됐는지를 살피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코오롱글로벌(003070)·롯데건설·신세계건설(034300)·동부건설(005960)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 과정에서 회계 부실이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는 물론 감사인까지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의 감사가 적절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태영건설의 경우 2007년부터 2022년까지는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인을 맡아 적정 의견을 줬고 지난해는 삼정회계법인이 지정감사인으로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의 부실 정황을 미리 경고하지 않아 신용등급 하향이 늦춰지고 시장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회계법인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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