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부도율은 0.23%로 전년(0.10%)보다 2배가량 상승했다. 이는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어음부도액도 지난해 5조 3484억 원으로 전년(2조 2520억 원)보다 2.4배 늘었다.
한은은 어음부도율 급등이 정상 차환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부도 처리된 데 따른 기술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 저신용 기업 회사채를 모아 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한 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구조다.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P-CBO는 매월 특정 날짜로 재발행 일자가 정해져 있어 기업들이 차환을 확정했더라도 기술적으로 만기를 넘어 갚지 못한 것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발행을 늘린 P-CBO의 만기가 지난해 대거 도래했다. 2020년 P-CBO 보증 공급 규모는 6조 7000억 원으로 2019년(2조 원)에 비해 3.3배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P-CBO 관련 기술적 부도분을 제외한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0.12%”라며 “2010~2019년 장기 평균 어음부도율 0.14%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 건전성 지표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11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다. 2021년과 2022년 각 0.3%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2배 상승했다.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2022년 1004건에서 2023년 1657건으로 65%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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