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캐피털사들이 이달에만 1조 원에 가까운 회사채를 순상환했다. 특히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 캐피털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 빚 상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다. 특히 금융 당국이 캐피털사를 포함한 여전업권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압박함에 따라 이들 업체의 부실채권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국내 캐피털사들은 원화 채권 기준 9295억 원어치의 캐피털채를 순상환할 것으로 집계됐다. 캐피털사들은 채권금리가 급락한 지난해 11월 2조 7167억 원어치를 순발행하며 자금의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같은 해 12월 곧바로 7355억 원어치를 순상환한 데 이어 이달까지 두 달 연속 빚 갚기에 치중했다.
딱 1년 전만 해도 ‘연초 효과’ 속에 1월에만 1조 1569억 원어치의 캐피털채가 순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대조된다. 다음 달에 5조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어 중소 캐피털사의 자금 조달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전성 관리는 캐피털사의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캐피털사들은 그간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에 대해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방식으로 손실 인식을 늦춰왔는데 금융 당국이 이런 사업장 정리뿐 아니라 충당금 확보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2023년 말 결산 시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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