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반도체 등의 수출 회복세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과 중국 부동산 경기 위축 등 부정적 요소가 존재하고 있어 한국 경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1월 세계경제 전망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2.2%)와 한국은행(2.1%)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추산치(2.2%)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IMF가 지난해 한국의 기대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지속해서 낮췄던 것과도 대조되는 흐름이다. IMF는 지난해 1월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3개월 뒤에는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10월에는 2.2%로 0.2%포인트 다시 낮췄다. IMF는 매년 1·4·7·10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발표한다.
IMF가 이번에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소폭 상향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 추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10월 전망한 2.9%에서 0.2%포인트 오른 수치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1.5%에서 2.1%로 상향했고 중국도 4.2%에서 4.6%로 올렸다. IMF는 “미국과 여러 대형 신흥국의 회복력이 예상보다 강하며 중국은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와 물가 하락에 힘입어 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IMF는 독일(0.9→0.5%), 프랑스(1.3→1.0%), 일본(1.0→0.9%) 등 일부 선진국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 눈높이를 낮췄다.
세계경제가 회복하면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린 가운데 미국·중국 등 우리나라 주요 교역 대상국의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며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이에 맞춰 성장률 전망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주요 하방 요인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물류 대란과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의 파산 우려가 대표적이다. IMF는 이와 관련해 “지정학적 충격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근원 인플레이션 지속이 긴축적인 통화 여건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 문제,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으로의 혼란스러운 전환이 성장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미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여력 확충과 구조 개혁을 통한 중장기 생산성 향상,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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