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와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재정난에 직면한 지방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속앓이 하는 대학을 달래기 위해 인상을 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을 대폭 늘리며 인상 자제를 적극 권하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다다른 일부 대학들은 경영 상황 개선을 위해 인상분에 못 미치는 지원금을 안 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컬대학30 등 각종 사업 평가권을 갖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대학들이 많아 현재까지는 동결을 결정한 대학이 더 많지만 일부 대학의 인상 움직임이 지방대 등록금 인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 소재 사립대인 경성대는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2024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평균 5.64%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키고 총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 영산대는 이달 초 등심위에서 평균 등록금을 5.15% 이하로 올리는 방안을 가결했다. 등록금을 인상하게 되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광주 조선대도 등록금을 15년 만에 4.9% 올리기로 했다. 이밖에 대구 계명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4.9% 올리기로 했고 원주 경동대 역시 등록금 3.75% 인상을 결정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사립대 재정은 2009년 등록금 동결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0년부터 운영 손익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적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지원하는 ‘국가장학금Ⅱ’를 올해부터 500억 원 더 늘리기로 했지만 재정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 한도(5.64%)가 인상률 상한을 공고하기 시작한 2011학년도(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상한이 크게 높아지면서 등록금 수입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장학금Ⅱ는 22억 원 정도 되고 등록금 인상분은 60억 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가 주관하는 사업 선정 과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 대다수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는 추세다. 경기대·한신대·인천대 등 경기·인천 지역 대학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울산대·창원대 등 경상권 대학들 상당수도 동결을 택했다. 그러나 각 대학 등심위가 2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재정 상황이 열악한 대학들이 인상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수 호봉뿐 아니라 물가도 오르면서 대학들 실질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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