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 손실 규모가 5000억 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 당국이 이번 주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추가 현장 검사에 나선다.
1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6일부터 29일까지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대상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진행한 1차 현장 검사에서 파악한 불완전판매 사례를 추가 점검하고 다른 문제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1차 검사에서는 은행이 고령층의 노후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을 투자하도록 권유한 사례가 적발됐다.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창구를 찾은 소비자에게 휴대폰으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한 점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손실 분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국은 판매 대상을 고령자와 최초 ELS 가입자 등으로 나누고 은행이 이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을 지켰는지에 따라 손실분담액을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소비자의 나이와 투자 경험, 가입 채널 등을 기준으로 판매 유형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원금 보장이 안 되는 다른 상품들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원금 보장에 익숙한 은행 고객들에게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는지, 판매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손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맞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중 7일까지 발생한 손실은 5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돌아온 원금 약 9733억 원 중 53.6%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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