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통신 행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는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이 한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루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해외 진출의 핵심 길목인 유럽 시장과 AI폰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한 기능과 전략을 선보이고 한치도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본지 1월 3일자 12면 참조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MWC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오후 행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폰 대세화와 관련한 계획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달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를 시작으로 연내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생성형 AI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일정 등의 후속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24에 이어 전작 ‘갤럭시S23’이 시리즈 두 번째로 생성형 AI 기능이 포함된 최신 운영체제(OS) 버전 ‘원UI 6.1’을 다음달 업데이트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데이트 버전 갤럭시S23은 MWC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먼저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AI폰은 생성형 AI모델인 대형언어모델(LLM)을 내장해 인터넷 없이 고성능 AI 기능을 구현하는 차세대 스마트폰이다. 갤럭시S24는 자체 개발한 ‘가우스’와 구글 ‘제미나이’를 포함한 여러 LLM을 합친 ‘갤럭시AI’를 탑재했다. 실시간 통화 통역과 문자 번역, 웹사이트 번역과 요약, 사진과 영상 편집이 대표적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등이 참석해 비즈니스 미팅이나 발표를 한다. 행사장에서 주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모인 ‘알짜배기 땅’인 3관 한가운데 대규모 전시관을 꾸린다.
중국 제조사들의 전략도 비슷하다. 아너는 ‘매직6 RSR 포르셰 디자인’을 공개한다. 앞서 자국에 출시한 매직6에 고급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와 협업한 디자인을 넣어 성능과 디자인을 모두 강조한다. 매직6는 번역·편집 등 갤럭시S24와 비슷한 기능은 물론 ‘매직 캡슐’과 ‘매직 포털’ 같은 차별화한 기능을 지원한다. 매직 캡슐은 사용자의 시선을 인식해 앱을 실행하는 등의 동작을 수행한다. 매직 포털은 주소가 포함된 장문 메시지를 길게 누르면 자동으로 지도, 내비게이션, 우버 같은 앱과 연동하는 식으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실행해준다. 매직6는 AI모델 성능지표인 매개변수를 70억 개 갖췄는데, 이는 스마트폰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 소모량을 감안하면 현재 최대치로 여겨진다.
비보는 15일(현지시간) 유럽에 출시한 ‘X100’을 전시할 것으로 보인다. 매직6와 비슷한 수준의 LLM ‘블루LM’을 탑재했다. 챗GPT 같은 챗봇 ‘블루하트리틀V’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비보 씨(See)’가 눈에 띄는 기능이다. 비보 씨는 카메라를 통해 주위 환경과 움직임을 AI가 인식해 문장으로 설명해주는 기능이다. 샤오미의 ‘샤오미14’와 원플러스의 ‘원플러스12’도 AI모델이나 OS를 통해 통화 요약 같은 AI 기능을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이 MWC의 주인공이었다면 올해는 AI폰으로 초점이 옮겨갔다”며 “이번 MWC는 최근 각 사가 AI폰을 공개한 후 처음으로 한곳에 모여 맞붙는 자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I폰은 2027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은 인도와 함께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가 각축을 벌이는 몇 안 되는 격전지인 만큼 올해 누가 현지 AI폰 수요를 선점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중국 AI폰 대부분은 자국과 인도 위주로만 판매돼 이번 MWC 출품이 사실상 글로벌 데뷔전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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