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소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 소유주로부터 1인당 최소 1억 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의자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관악구 남현동 소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세입자들이 건물 소유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 지난달 8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피의자들이 해당 건물이 일명 ‘방 쪼개기’로 불법 개조된 위반건축물임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 당시 “대항력에 문제가 없고 임대차 보증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임대차계약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피해 세입자들은 대부분 대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 직장인으로 1인당 최소 1억 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빌라에는 40~50명의 세입자가 살고 있으며 총 피해 금액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주인은 “재산이 없다”며 전세사기임을 부인하고 있다. 집주인 A 씨는 “은행 대출금 및 모든 전세금 관리는 실소유주가 했고 나 또한 파산선고를 해야 할 지경”이라며 “세입자들은 경매가 개시되면 셀프 낙찰을 해 전세금을 회수하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국토부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접수했으며 올 1월 28일 전세사기피해자등(제2조제4호다목)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의자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중개 대상물에 대한 중요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말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증거는 없다”며 “고소인들이 계약 당시 무단 대수선과 선순위 근저당권의 존재에 대해 확인했거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됐다는 것은 국토부에서 지원하는 피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일 뿐 형사상의 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 피해자는 법원에서 사기를 인정받고 임차권등기명령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은 “전세사기가 분명한데도 명의상 집주인은 ‘난 돈이 없으니 실소유주에게 돈을 돌려받으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잠적했다”며 “피해자들의 집은 곧 경매로 넘어가는데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내쫓길 위기다.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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