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테크기업들의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이 미국 빅테크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인공지능(AI) 산업의 투자와 자본시장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2%와 3.6%로 집계됐다. 100만 원 매출이 발생하면 7만 원만 AI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메타(77%), 구글(54.5%), 아마존(44.2%) 등 미국 빅테크의 투자 비율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AI 산업은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투자 부진"이라고 말했다.
AI 선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수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유치할 컨소시엄이 한국에는 거의 없으며, 국내 기업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더라도 전력, 냉각 시스템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AI대출·AI펀드 활성화도 언급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AI 대출 측면에서는 기술보증대출 및 기술인증신용대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 경우 신용위험을 전적으로 은행이 부담함에 따라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은행에 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AI전문펀드(자본시장법상 특별자산집합투자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펀드 평가차익·배당소득 비과세 또는 일정 한도의 투자금액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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