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무기 생산 기업 LIG넥스원(079550)이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에 나서며 실적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산하 국부펀드와 함께 이 회사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LIG넥스원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해외 정부가 직접 국내 방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2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7일까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 지분을 각각 5.09%, 6.37% 매입했다.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율을 합하면 11.47%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13.53%)에 이어 사실상 싱가포르 정부가 3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42%를 보유한 지주사 LIG다.
싱가포르 정부의 대량 지분 매입에 힘입어 LIG넥스원 주가는 지난 8일 사상 첫 18만 원을 돌파했다. 올 1월 말 10만 원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70% 이상 급등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LIG넥스원의 실적 급등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내 한 증권사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과 기업설명회(IR)를 열었는데 당시 LIG넥스원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후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9조 600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60%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도 무기 천궁-II 10개 포대를 수주하면서 약 4조 3000억 원의 수주 물량이 추가로 쌓인 게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실적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8730억 원, 2520억 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25%, 35% 늘어난 규모다. 유안타증권은 “중동향 천궁-II의 납품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실적 성장은4~5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한국 상장사 지분 매입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보통 싱가포르는 산하 국부펀드인 GIC나 테마섹이 투자 전면에 나서는데 이번 경우는 정부까지 직접 지분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부펀드가 아닌 싱가포르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한국의 방산 업체 지분을 유의미하게 사들인 것에 대해 배경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싱가포르 정부는 지분 매입 공시를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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